hbjorn은 최근에 만든 아이덴티티다. 황병준의 이니셜 HBJ에서 따왔고, bjorn은 북유럽어로 ‘비욘’이라 발음이 병준과 묘하게 비슷해서 골랐다. hbjorn.dev 도메인까지 잡아뒀으니 어느 정도는 진심이다.
문제는 한국어로 부르려고 하면 “에이치비욘”이 된다는 것이다. 어색하다. 키보드 위에서나 그럴듯하지, 입으로 발음하는 순간 매력이 반으로 줄어든다. 좀 더 입에 붙는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만달로리안에서 영감을 받다
나는 오래된 스타워즈 팬이고,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정말 좋아한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딘 자린(Din Djarin), 그리고 한 솔로(Han Solo). 둘 다 “퍼스트네임 + 성” 구조의 짧은 이름인데, 입에 착 붙으면서도 어딘가 변방 우주 사람 느낌이 난다.
스타워즈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면, 만달로리안은 헬멧을 절대 벗지 않고 클랜 단위로 살아가는 우주 변방의 전사 종족이다. 신조는 “This is the Way.” 닉네임 하나에도 그런 자기 규율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Kor Bjoran 탄생기
먼저 성을 손봤다. bjorn을 그대로 쓰기엔 너무 일상적이라, 만달로리안 이름에 자주 붙는 “-ran” 어미를 따서 Bjoran (비요란) 으로 변형했다. 한 글자 차이지만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퍼스트네임 후보는 두 개였다. Han: 한국과 한 솔로를 동시에 오마주하는 이름. 그리고 Kor: Korea를 은은하게 암시하면서 더 독립적인 캐릭터로 서는 이름. 결국 Kor를 골랐다. Han은 너무 직접적이라 밈에 가까웠고, 페르소나는 자기 발로 서는 쪽이 좋다고 봤다.
대신 Han은 클랜 이름으로 살렸다. Clan Han은 한민족, 한국, 그리고 한 솔로까지 한꺼번에 담은 이름이다.
I am Kor Bjoran of Clan Han. This is the Way.
나는 클랜 한의 코르 비요란이다.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
AI 덕분에 가능했던 놀이
사실 이런 식의 페르소나 만들기는 예전 같으면 머릿속에서 굴리다 끝났을 일이다. 이름 짓고, 설정 좀 적어두고, 그게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LLM과 함께 캐릭터 설정과 짧은 스토리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이미지 생성 모델로 머릿속의 그림까지 뽑아낼 수 있다. 위 이미지들도 전부 그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Kor Bjoran의 무기, 장비, 임무 기록 같은 걸 만지작거리다 보면 머릿속 망상이 작은 외전 한 편처럼 굴러간다. 이런 걸 손쉽게 만들어 개인 블로그에 올릴 수 있어서 새삼 즐겁다.
마치며
닉네임 하나 짓겠다고 시작한 일이 어쩌다 보니 클랜 이름까지 만드는 데까지 갔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hbjorn.dev라는 평범한 개발자 도메인 뒤에 코르 비요란이라는 캐릭터가 한 명 서 있다고 생각하니 꽤 즐겁다.
This is the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