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빅토르 위고

회사 동료의 소개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사실 지난달에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은 받았는데, 계속 미루다가 이제서야 읽게 됐다.

생각해보니 소설을 읽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요새는 대부분 자기계발서나 프로그래밍, 아니면 인문학 관련된 책만 주로 읽어왔다.

기욤 뮈소 저 / 전미연 역 / 밝은세상 / 2011.11

우연한 만남과 뒤바뀐 일상

소설의 시작은 꽤나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른다. 뉴욕 JFK 공항의 혼잡한 카페테리아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부딪히게 된다.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는 매들린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나단이다. 두 사람은 짧은 사과를 나누고 헤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휴대폰이 뒤바뀌는 실수를 저지른다.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야 폰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소 로맨스 장르를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어서,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그저 가볍게 읽어보자는 심정이었다. 흔한 우연이 인연으로 발전하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로맨스에서 스릴러로

하지만 서로의 휴대폰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두 사람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상대방의 사진, 메시지, 이메일을 훔쳐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숨기고 있던 과거의 비밀과 상처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난다.

매들린의 폰에 담긴 기이한 흔적들과 조나단의 과거에 얽힌 진실이 교차하며 소설은 본격적인 미스터리로 빠져든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의 삶이 과거의 어느 접점에서 강렬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평범한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는데, 뒤로 갈수록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려울 만큼 몰입감 높은 스릴러 장르라는 걸 알게 됐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막을 적을 수는 없지만,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과정이 꽤나 치밀하게 짜여 있다.

시각적인 묘사와 속도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의 글솜씨다. 텍스트를 읽고 있을 뿐인데 마치 눈앞에 헐리우드 영화가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각 장면의 묘사가 생생하고 사건의 전개 속도가 빨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파리,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넘나드는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즐거움이 느껴졌다.

글만으로 이런 속도감과 서스펜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복잡한 사건들을 풀어내는 방식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복선이 회수될 때의 쾌감도 쏠쏠한 편이다.

마치며

휴일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 읽어보기 아주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딱딱한 기술 서적이나 실용서를 벗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자체에 흠뻑 빠져들 수 있어서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무엇보다 논리와 이성만 요구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나의 상상력을 마음껏 써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첫 부분과 끝을 장식하는 빅토르 위고의 문장처럼,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어쩌면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환기가 필요하거나 상상력의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좋은 시간 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