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욘, 딘 자린의 비밀을 알고 나서

지난번에 Kor Bjoran이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hbjorn.dev 도메인의 어색한 한글 발음(“에이치비욘”)이 싫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때는 성을 비요란(Bjoran)으로, 이름을 코르(Kor)로 잡았다. 서양식으로 이름을 앞에, 성을 뒤에 두는 순서였다.

그런데 몇 달 쓰다 보니 뭔가 걸렸다. 코르 비요란이라는 이름 자체는 마음에 드는데, 거기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잘 안 보였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클랜 이름(Clan Han)에만 붙어 있고, 진짜 이름 안에는 없었다.

딘 자린의 성

그러다 딘 자린(Din Djarin) 설정을 다시 찾아봤다. 늘 성+이름 구조가 아니라 그냥 서양식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공식 세계관에는 딘이 성이고 자린이 이름이라고 나온다. 만달로어 문화권에서 성을 앞에 쓰는 건 딘 자린이 원래 성이 앞에 오는 문화권 출신의 파운들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걸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딘 자린을 서양식 이름이라고 착각한 채로 코르 비요란을 지었던 거다. 정작 딘 자린은 처음부터 성이 앞에 오는 구조였는데, 그걸 몰라서 반대로 갔다.

하비욘의 탄생

그래서 다시 지었다. 성은 하(Ha), 이름은 비욘(Bjorn).

하는 황(Hwang)에서 왔다. 외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황 대신 H 하나만 남긴 거고, 동시에 클랜 한(Clan Han)의 전사라는 뜻도 그대로 들어간다. 비욘은 병준(ByungJun)에서 가져온 북유럽 고어로, 곰이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테드(Teddy Bear)와도 은근히 이어지고, 혹독한 우주 변방을 묵묵히 버텨내는 이미지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하면 이니셜 HBJ는 그대로 남는다. 성이 앞에 오는 구조이니 코르 비요란보다 아시아 전사 쪽에 더 가깝다. 발음도 하비욘이 에이치비욘보다 훨씬 입에 붙는다. 서부극 톤으로 낮게 뱉으면 꽤 그럴듯하다.

I am Ha Bjorn of Clan Han. This is the Way.

나는 클랜 한의 하비욘이다.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

마치며

이름 하나를 두 번이나 고친 셈인데, 돌아보면 매번 조금씩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 헬멧은 계속 쓰고 있을 생각이다. 그 안에서 계속 기록하고 회고하면 되는 거고, 이름은 그 과정에 붙는 표식일 뿐이다.

This is the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