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에 내려가 하루 묵고, 오늘 논문 본심사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다시 간 대전은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설었다. 심사장 앞에 서 있으니 긴장도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였다.
지난 1년은 거의 이 논문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막연한 문제의식에 가까웠는데, 데이터를 다시 보고 실험을 반복하고 설명을 고치면서 조금씩 논문다운 모양이 됐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올 때도 있었고, 실험 자체보다 왜 이런 구조를 택했는지 설명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느낀 때도 많았다. 그래도 그 과정을 지나면서 내가 무엇을 아직 모르고 있는지, 무엇을 더 정확하게 써야 하는지, 그리고 연구에서 설득력은 어디서 생기는지를 많이 배웠다.
오늘 본심사는 그 1년을 한 자리에서 정리해 보여주는 시간에 가까웠다. 발표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내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고민했고 어디까지 왔는지는 분명하게 돌아보게 됐다. 열심히 준비했고, 그 준비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1년은 내게 꽤 큰 시간이었다.
짧은 회고
돌아보면 이번 논문 작업은 내게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연구는 결국 아이디어 하나로 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오래 붙들고 끝까지 다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주제를 더 오래 붙잡고 밀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다 끝났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래도 큰 고비 하나는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은 그냥 버틴 시간이 아니라, 내 연구 습관과 생각하는 방식을 꽤 많이 바꿔놓은 시간이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오리나 거위를 자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