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우주와 외계인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일메리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을 정도다. 그런 내게 나홍진 감독이 외계인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뉴스였다. 거기에 황정민이 주연이다. 황정민이 나오는 영화는 일단 믿고 보는 편이라, 개봉 이틀 뒤인 7월 17일에 극장을 찾았다.

영화 호프 메인 포스터

영상과 액션은 좋았다

먼저 좋았던 점부터. 영상이 한국 영화치고 정말 훌륭하다. 빽빽한 숲과 어두운 마을을 담아내는 화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밀도가 높아서, 이게 한국에서 만든 영화가 맞나 싶은 장면이 여럿 있었다.

액션씬도 통쾌했다. 답답하게 끌지 않고 시원하게 터뜨려주는 장면들이 있어서,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문제는 나에게는 아쉬운 점이 좋았던 점보다 더 많았다는 거다.

가장 큰 건 외계인에 대한 서사다. 이 존재가 왜 왔고 무엇을 원하는지, 앞뒤 설명이 거의 없다. 외계인 이야기를 좋아해서 보러 간 입장에서는 정작 궁금한 부분이 계속 비어 있으니 답답했다.

대사도 아쉬웠다. 시종일관 씨발 소리만 들린다. 극한 상황이니 욕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그게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겹다. 그 사이사이 끼어드는 유머는 뜬금없고 어색해서 웃어야 할 타이밍인지도 헷갈렸고, 몇몇 배우의 대사는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들려서 몰입이 자꾸 끊겼다.

무엇보다 결말이 찝찝하다.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가 되니 아끼지만, 두 시간 넘게 따라간 이야기의 끝이 이거라니 싶어서 극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마치며

황정민에 대한 믿음과 외계인 소재에 대한 기대를 안고 갔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영상과 액션만 놓고 보면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하일메리를 봤을 때처럼 집에 오는 내내 곱씹게 되는 영화는 아니었다.